가끔 회의만 하다 하루가 다 간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렇다. 두 개의 회의를 마치고 나니 밤 10시였다. “매일 조금이라도 명상을 하자” 라고 블로그에 100일 위젯을 설치해놓은 덕분에 늦은 시간이었지만 명상 센터를 들렀다. 밤이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5명이나 명상실에 앉아 계셨다. 조용히 뒷자리에 앉아서 명상을 시작했다. 비틀린 인간관계가 며칠째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사흘 전부터 그 마음의 뿌리를 돌아보고 있다. 오늘도 조용히 앉아 그 마음에 대해 이어서 돌아보기를 시작했다. 내 삶을 시간순서대로 영화 보듯 돌아본다. 그리고 마음수련 명상방법대로 빼내기를 반복한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떠올리기만 하면 감정까지 섞여있어 명상이 잘 되지 않고 집중이 자꾸만 흐트러졌는데 오늘은 마음이 쑥쑥 비워짐을 느꼈다. 감정이 녹아져 있다고 느꼈던 장면을 떠올려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만큼 비워졌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숨통이 틔었다. 심리치료를 공부하다 보니,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가라 앉아있는 무의식을 떠올려서 관찰하는 과정 그 자체로도 감정컨트롤에 실제로 도움이 됨을 알게 되었다. 감정에 매우 솔직한 어린 아이들은 자기 마음 알아주고 인정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엄마나 유치원 선생님들한테 땡깡을 부리는 것도 나 좀 봐달라고, 나 이런 마음이니 알아 달라는 표시다.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인정받고 온전히 수용 받는 것만으로도 감정이란 것은 해소가 된다. 하물며 마음수련 명상은 그 마음을 꺼내어 버리니 효과가 없을 수가 없다. 스트레스와 걱정, 힘든 순간들이 마음에 쌓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고 지친다. 우리가 스스로 인지하든 그렇지 못하든 많은 일들을 겪으며 그 때마다 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그런 것들이 나도 모르게 쌓여서 내 마음이 만들어진다. 마음수련을 하다보면 알게 된다. 그러한 마음이 내 속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이 실제로 버려진다는 것을. 그래서 명상을 하다 보면 오랜만에 화장실에서 장을 비운 것처럼 매우 후련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매우 가볍고 편안한 마음이다. 명상을 몰랐을 적에는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어쩔 줄 몰랐는데 명상을 하면 아무리 지쳐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참 뿌듯하다. 퇴근할 때는 죽을 것만 같이 터벅터벅 걸어왔는데 숨통이 트이니까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다시 힘을 내서 내일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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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겉핥기식 글쓰기보다 실체와 본질을 잘 담고 싶다. 나의 일상, 직장, 가족, 마음수련… 나는 진실을 잘 담고 있을까? 아니면 글에서조차 나의 실체를 감추고 있는 걸까? 가장 드러내보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믿고 펜이 가는 대로… 나의 밝음과 어둠을 모두 적고 싶다. Archives
Jun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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