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상을 하고 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명상을 8년째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던지 3개월 이상 해본적이 없던 내가 무엇인가 8년째 하고 있다는 것은 명상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블로그에 내가 한 명상에 대해 적어보면서 명상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리를 해나가고 있다. 오늘 정리하고 싶은 내용은 명상이 자기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나를 되돌아보다> 명상을 시작하면서 자기를 되돌아보니 현재의 삶을 살게 된 이유와 원인인 마음의 실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었다. 갖고 싶은 장난감, 배우고 싶은 악기, 도전하고 싶은 일들 등등 원하는 것이 생기면 어린 시절이었기 때문에 주로 부모님께 떼를 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그마저도 최선을 다했다. *_*;;; 그렇게 원하는 일을 꼭 해야만 했던 이유는 유아기 시절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것이 크게 작용을 했던 거 같다. 할머니는 첫손주인 나를 유달리 예뻐하셨다고 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부터 나를 끼고 사셨다고 한다. 엄마 품에는 모유수유를 할 때에나 안길 수 있었는데 할머니 댁에서 분가를 한 후 유치원에 다닐 쯤에도 나는 항상 엄마가 보고 싶었다. 심지어 엄마랑 같이 있어도 엄마가 보고 싶다는 기분이 자주 들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유아기 때에 엄마에게서 받아야 할 사랑을 제때 충분히 받지 못한 결핍감이 마음에 남아서였던 거 같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꼭 해서 허전하고 부족하다는 마음을 채우려고 했었다. 가끔씩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되면 며칠씩 앓을 정도였다. 부모님은 내 고집에 못 이겨 원하는 것을 대부분 들어주셔야 했다. 가족들은 내가 유별나다고 했고 어린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고 고집 부리기 싫고 그만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있던 어린아이> 그랬던 어린아이는 나이가 들어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허전함을 채우려는 마음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일을 할 때에는 하고 싶은 일을 맡으면 밤을 세면서까지 작업할 때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만 사귀게 되었다. 가끔씩 내가 양보해야 하거나 하기 싫은 일, 혹은 친구들 이야기를 내내 들어줘야 할 때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가까운 사이에 그 정도쯤은 서로 해줄 수 있는 일이더라도 솔직히 억지로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이 나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지 않았다면 모든 관계나 일은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부족하다는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신을 위하는 것이 항상 최우선순위였다. 부족하다는 마음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부족한 나를 지키는 데에 모든 힘과 에너지를 다 쓰게 했다. 그래서 여유가 없고 작은 일에도 흔들림이 컸다. 약한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손에 쥐고 놓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렇게 애를 써서 살면 어느 정도는 만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다시 허전함을 느끼고 새로운 것으로 나를 지키고 만족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다가 원하는 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로 좌절했다. 아마 엄마 품에 안겨있다가 할머니한테 갑자기 가야 할 때에 떨어지기 싫어서 울고 떼쓰던 어린아이가 아직도 내 안에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어린아이는 성인이 된 나에게 여전히 자기를 만족시키는 삶을 살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자기를 위해 사는 것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보니 삶의 조화와 균형은 어느 순간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 불균형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수면패턴이었다. 내 마음은 밤낮으로 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분주했고 그것이 마음의 습관이 되어서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온갖 계획들과 생각들을 쫓다 보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를 위한 생각들을 쫓을수록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숙면은 멀어져만 갔다. 자기를 돌아보다가 하루는 너무 지쳤다. 지금까지 이런 나로 살았던 게 믿어지지 않았다. 이쯤 되니 삶이 악몽처럼 느껴졌다. 마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재연하는 기분이었다. 인색하고 욕심 많고 자기만 아는 스크루지와 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크루지,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게 되다> 찰스 디킨스의 중편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에 등장하는 스크루지는 욕심에 눈이 어두워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인물이다. 그는 일년 중 가장 활기찬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일만 하고 있다. 사무실에 조카와 기부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찾아와도 문전박대를 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스크루지는 죽은 동업자인 마레의 유령과 만나게 된다. 마레의 유령은 욕심의 포로가 되면 인생의 기회를 영원히 놓치고 후회하게 된다고 한다. 그날 밤 세 명의 유령이 스크루지 앞에 나타날텐데 유령의 말을 들으면 쇠사슬을 끌고 다니는 형벌을 피하게 될 거라고 말한다. 시계가 새벽 1시를 치자 첫 번째 유령이 나타난다. 그는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이다. “너의 행복을 위해서, 네 마음을 고쳐 주기 위해서 왔다”면서 함께 스크루지의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스크루지는 매우 쓸쓸했던 유년시기를 보내며 성장한다. 성인이 되어 상점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현재의 스크루지는 그 당시 상점주인이 자신과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멀찍이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상점주인에게서 현재 자신의 인정 없고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하면서 반성을 하게 된다. 또한 자신과 결혼을 약속했던 아가씨가 결국 욕심 많은 스크루지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는 무척 괴로워한다. 두 번째 유령은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으로 스크루지의 주변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보여준다. 크리스마스날 아침의 큰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맞는 기쁨으로 들떠 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스크루지의 직원의 집이다. 형편없는 주급 때문에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그들조차 즐겁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었다. 유령은 그들에게 축복을 빌어준다. 스크루지의 조카 역시 가족과 손님들과 함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스크루지가 좋아하든 말든 해마다 크리스마스에 초대할 거라고 말한다. 스크루지는 그 시간을 아주 즐거워한다. 유령이 좀더 시간을 주었다면, 그들에게 들리지는 않더라도 모두의 건강을 빌어 주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유령과 스크루지는 여행을 계속 했다. 둘은 많은 가정을 방문했다. 유령이 사람들 곁에 가면 고향에 있는 듯한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유령이 괴로워하는 사람들 곁에 가면 그들은 희망을 갖게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 곁에 가면 풍족한 마음이 되곤 했다. 그런데 유령이 눈에 띄게 차차 늙어가게 된다. 유령은 자신의 수명이 굉장히 짧으며 오늘 밤으로 끝나 버린다고 하고는 사라져 버린다.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며 세 번째 유령,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나타난다. 유령은 스크루지의 죽음을 보여준다. 스크루지는 차디찬 방에서 홀로 죽어있다. 사람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인색한 영감이 세상을 떠난 것을 기뻐한다.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들마저 있다. 그의 묘비에는 ‘한평생 자기만을 위해 살았던 스크루지가 여기에 잠들다’라고 쓰여져 있다. 이런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은 스크루지는 유령을 붙들고 필사적으로 자비를 구한다. 그는 “저는 진심으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그 기분을 일 년 내내 간직하겠습니다. 유령들이 가르쳐 주신 교훈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아, 묘비에 새겨진 글자를 지울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라고 말하며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깨어보니 그것은 꿈이었고 때는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스크루지는 일어나자마자 익명으로 직원의 집에 큼직한 칠면조를 보낸다. 수염을 깎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싱글벙글 웃으며 거리로 나간다. 사람들은 그에게 인사를 건낸다. 그는 정성을 다해 기부금을 내고 오후에는 조카네 집에 찾아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다음날에는 직원의 월급을 올려주어 생활을 도와주고 차디찼던 사무실에 불을 지핀다. 과거, 현재, 미래로 여행을 떠난 후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내 삶에도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리다>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유령을 만나고 인생이 완전히 바뀐 것처럼 나에게는 마음수련이 그랬다. 명상을 할 때면 나 역시 과거와 현재, 미래로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사사로운 이익이나 개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미래의 내 묘비가 진솔하게 쓰여진다면 ‘유아기 시절에 갇혀서 평생 자기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아온 000 여기에 잠들다’라고 써있을 것이다. 되돌아본 마음은 마음수련만의 마음빼기 명상방법으로 하나씩 빼기를 했다. 방법은 아주 쉬웠지만 빼기하는 과정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스크루지가 떠난 약혼자를 보며 괴로워한 것처럼 나 역시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무척 괴로워하기도 했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떠올려서 빼기해야 하니 그 과정이 꽤 고통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닥친 일에 정신이 팔려 명상타임을 놓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자기를 위해 사는 것이 당연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성인이 되어서는 더 심한 욕심쟁이가 되어버린걸 알게 된 이상 마음빼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 마음을 계속 갖고 있다가는 잠 못 자서 다클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오고 이기적이고 편협하고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만 되는 더 큰 괴물이 되어버릴게 뻔했다. 마치 스크루지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본 후에 변화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나도 간절히 변하고 싶었다. 나에게 불면증의 원인이 되었던 유아기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결단을 하고 마음으로 내려놓아서 새 출발을 해야 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빼기를 계속 하니 유아기 때 형성된 마음의 실체, 결핍감과 그것이 삶에 지속적으로 끼치는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그 시절 나에게 최고의 사랑을 준 할머니와 갓 태어난 자식을 품 안에 안지 못해서 속상했던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명상 후에는 할머니에게 찾아가서 진심으로 화해를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살펴보고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랑을 듬뿍 주신 할머니께 진심으로 고마웠고 마음으로부터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께서는 정말 행복해 하셨다. 내가 허전함에서 벗어나니 엄마 역시 변하게 된 것을 느낀다. 마음을 빼기 할수록 관계가 더욱 건강해지고 온전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 불면증 역시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되었다. 예전에는 무엇인가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에 사로잡혀서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특히 잠자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쫓느라 새벽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 기억에 남는 일들을 머리 속에서 되새기면서 잠을 못 이룰 때도 많았다. <잠들기 전, 걱정 없는 것이 행복> 하지만 마음에 허전함이 점점 사라질수록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에 지나친 관심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게 된 것이다. 현재에 만족을 하니까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고 점차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실천할 수 있는 일,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 일이 끝난 뒤의 결과는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태도가 바뀌게 되었다. 밤에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잠자는 일이었다. 빼기를 하면서 마음이 비어갈수록 잡생각이 없어지고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에 들 수 있었다. 불면증 환자였던 사람으로서 무척 놀랐던 것은 잠을 푹 자면 아침에 기분 좋게 일찍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간단한 생활패턴이 나에게는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었다. 누우면 바로 자는 것이 가능하다니! 게다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분이 좋다니! 나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처음에는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는 것이 낯설긴 했지만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였다. ^0^ 여유 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을 하고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커피를 한잔 한다. 낮에는 맑은 정신으로 일을 하고 지치지 않은 적당한 컨디션으로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하루 동안 쌓은 마음들을 빼기하는 명상을 했다. 명상시간에는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면서 지금까지 쌓아놓은 마음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빼기를 하고 있다. <세상은 이런 곳이었어……> 마음수련을 한 후 세상은 원하는 자에게는 기회를 주고 도와주는 너그러운 곳이라고 느껴진다. 인색하기만 했던 스크루지의 삶에 크리스마스 유령이 함께 한 후 사랑과 풍족함이 가득해진 것처럼…… 명상을 한 후의 삶은 전혀 다른 삶이 되었다. 오늘은 이렇게 자기를 돌아보면서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빼기방법을 통해 해결했던 시간을 정리해보았다. 앞으로도 명상을 하면서 겪은 일들에 대해 차근차근 정리를 해볼까 한다. 명상으로 자기를 돌아본 사람들의 후기 http://www.meditationlife.org/weekly-testimonials/category/self-reflection/ |
Author겉핥기식 글쓰기보다 실체와 본질을 잘 담고 싶다. 나의 일상, 직장, 가족, 마음수련… 나는 진실을 잘 담고 있을까? 아니면 글에서조차 나의 실체를 감추고 있는 걸까? 가장 드러내보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믿고 펜이 가는 대로… 나의 밝음과 어둠을 모두 적고 싶다. Archives
Jun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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