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과 선택은 동전의 양면이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제한된 시간과 그 외의 자원을 이용할 때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다른 하나를 거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곧, 거절 의사를 밝히던지 결론적으로 거절을 한 게 되던지, 거절의 대상이 타인이던지 나 자신이던지... 예를 들어, 문서 한 장 정도이니 한 번 작업해 달라고 하는 누군가의 부탁에 시간을 할애하기를 선택하는 순간 그만큼의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거절을 하는 셈이다. 그 시간에 운동이나 공부를 해서 자신에게 투자를 하는 미래에 대한 거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서 쌓을 수 있는 정서적인 유대감에 대한 거절, 그 시간에 만들 수 있는 수익에 대한 거절. 이렇게 잃는 게 훨씬 많은데도 거절을 못 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거절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없을 때는 선택만큼 아니 선택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바로 이 거절이다. 거절의 중요성이나 테크닉적인 표현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스스로 체득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면 삶에 실제로 적용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나 같은 경우 안되요, 아니요,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말을 절대 못 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거절을 할 바에야 그냥 몸으로 때우고 마는 스타일로 사는 게 참 피곤한 타입이었지만 이제는 거절을 해도 내 삶에 큰 지장이 없고, 거절이란 건 굉장히 안전할 수도 있다 라는 확신이 생겼다. ^^ 아무리 생각해도 다 명상 덕분인 듯 하다. 명상…? 명상은 자기 돌아보기이다. 자기를 돌아본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가족 소개로 명상을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였다. 나는 사람을 참 좋아했다. 주변에 사람이 많은 걸 좋아했고 주변 사람들이 날 좋아하면 그게 사는 힘이 되었다. 다만, 가끔씩 무리가 될 정도로 사람들을 챙기거나 부탁하는 일을 해 주는 일도 많았다. 그리고서는 그 상대방과 마음이 맞지 않을 때는 종종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내 주변에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평해 주는 게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거절을 한다는 게 정말이지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일까? 사람이 좋아서, 친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서, 자기밖에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굉장히 노력을 했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을까? 원하던 대로 주변에 사람들은 많았고 나를 안 좋게 대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내 인생에 중요한 것일까 생각하면 그건 아니었다. 한 번밖에 없는 삶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하고 거의 평생 동안 살아오던 방식이 바로 거절 안 하고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이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내적인 갈등이 점점 커졌다. 게다가 가끔씩 내가 선을 긋지 못해서 부탁을 습관처럼 하는 상대방을 만나게 되면 그 상대방을 대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거절도 못 하고 가끔씩 거절하고는 끙끙 앓고 하는 내 모습에 더더욱 지쳐갔다. 내가 거절을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을 신경쓰는 것 때문이었다. 내가 거절해서 이 사람이 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하고 다니면 어떻게 하지? 정말 좋아하는 친구를 잃게 되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다른 친구들도 날 떠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을 평소에도 굉장히 많이 했고 거절을 해야 하는 타이밍에는 이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떠올랐다. 내 시간도 소중했고 상대방도 소중했기 때문에 모두 지키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둘 다를 지키는게 대부분 가능하지 않았다. 내 스스로 절충이 필요했지만 그런 지혜를 얻는건 나에게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마치 에베레스트 등반처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에게 아마 500년이라는 수명이 있다면 한 380살 쯤 되면 어쩌면 가능할 일 정도…? 그러다 명상을 하게 된 이후에 멀게만 느껴지던 일들이 차츰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마음수련이라는 명상이었는데 이 마음수련의 실체는 빼기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스트레스 또는 부정적인 마음을 하나씩 빼기해서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기도 하는 흔히 좋다고 생각되는 마음도 빼기하게 되는데, 나같은 경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빼기하면서 마음이 굉장히 가벼워지고 삶도 심플해졌다. 짐을 내려놓고 나니까... 명상실에 가서 의자에 쿠션을 놓고서 편안한 자세로 앉으면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힐링이 되었다. 혼자서 안절부절 못 하던 고민거리… 별 것 아닌 듯 해도 쌓이고 쌓여서 큰 짐이 되었고, 현실적인 해결책도 찾지 못 해서 이 부분만 생각하면 항상 암담했었다. 그런데 명상실에 앉으면 이걸 다 빼기 할 수 있어서 위안이 되고 또 힘이 되었다. 실제로도 내가 소중해서 잡고 있는 것들을 하나 둘 씩 놓는 지혜가 생겼다. 예전에는 놓는다는 것이 될대로 되라지 라는 무책임한 것인 줄 착각했었다. 그런데 자기를 돌아보고 내가 쥐고 있는 것들, 신경쓰고 있는 짐들이 마음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바로 놓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나서 느낀 자유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다. 주변에서 날 뭐라고 생각할지 항상 신경쓰고, 친구들을 잃으면 큰 일 날 것 같고, 다 잘 해야 하고 하는 것들을 나도 모르게 놓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변에서 날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역시나… 내가 남들을 신경 쓴다고는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남들이 생각하는 나를 신경쓰고 있었다. 그러니 결국에는 나에 대해 신경쓰고 있던 건데, 남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어떨지 신경쓰느라 나에게는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그걸 받아들이는 데에는 경험치가 필요했다. 정말 남들이 나에 대해 신경을 안 쓰고 거절해도 나에게 큰 타격이 없다고? 실제로 거절을 몇 번 해보니까 놀라울 정도로 타격이 없었다... 마음을 놓게 되니까 여유있게 내 한계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할 수 있는게 있고 할 수 없는게 있는데 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게 더 진솔한 거 아닌가? 라는 마음으로 대화를 풀어가니까 내가 머뭇머뭇해서 오히려 신뢰성이 없던 것도 이제는 확실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관계가 오히려 담백해지고 서로 편해지게 되었다. 친구들은 더 했다. 친구들에게 거절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네가 안된다고 하니까 우리가 진짜 친구가 된 거 같아.” 친구들은 이미 내가 거절 못 하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항상 내게 제안을 할 때에 “안되면 안된다고 말해달라”고 항상 이야기를 해왔었다. 나는 그게 나한테만 하는 말인 줄 모르고 예의상 모든 사람들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거절 못 하는 나한테만 콕 집어서 얘기해 주는 그들의 배려였던 걸 거절을 시작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친구들의 배려에도 항상 거절도 못하고, 부르는데 다 나가려고 하고, 해달라는 거 다 하려고 하고… 사람이 그걸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에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으니까 하건 안 하건 항상 스트레스가 됐다. 친구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내가 거절 못 하는 걸 그들이 어떻게 바꿔줄 수는 없는 거니까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면서 함께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내가 안되는 건 안된다고 말하기 시작하니까 생각지도 못했던 수혜자가 친구들이 된 셈이랄까. 친구들이 그렇게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걸 보면서 참 아이러니했다. 내가 잘 한다고 한 일이 그들에게 부담이 됐을 줄이야. 거절하기 전에 바로 잡은 것 그리고 거절은 단순히 거절이 아니라 어렵다. 나에 대해 잘 알고 내 중심이 바로 서서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선 정리되어야 한다. 그 후에야 매일매일 겪는 선택과 거절의 기로에서 바른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 판단을 할 때에는 평상시 하던 생각이 반영되는데, 명상을 하기 전에 나는 소중한 것들을 잃는 두려움을 항상 갖고 있었고 평상시에 이런 두려움이 반영된 판단을 주로 하고 있었다. 명상 후에는 두려움의 뿌리가 되었던 거절감, 의존감이 사라지니까 나라는 사람의 본질에 대해서 더 이해하게 되었고 그게 중심을 잡는데에 직접적인 힘이 되어준다. 나의 가치관에 대해서 떳떳하고 그걸 지켜나가는 것, 성장시키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었고 장기적으로 볼 때에 나에게 더 나은 결과를 안겨주는 경험치가 쌓이고 있다. 여전히 거절이라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제는 명상실에 앉아 명상을 하고 나면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의 힘을 얻는다. 그게 바로 마음수련의 실체이며 이로 인해 현실적인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된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1905~1980년)는 '삶이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고 말했다. 아마 삶이란 탄생과 죽음 사이의 거절에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거절과 선택은 동전의 양면이며, 거절은 우선순위를 선택하는 또다른 방식이다. 나의 우선순위를 선택하기 위해 지금의 제안에 대해 시간조정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도 있고, 나의 우선순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는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지 알려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알고 내 중심이 바로 서야만 이런 테크닉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무엇이든 짐이 되서는 안 될 것 같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통해 현실적인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성공의 경험치가 점차 늘어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photo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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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겉핥기식 글쓰기보다 실체와 본질을 잘 담고 싶다. 나의 일상, 직장, 가족, 마음수련… 나는 진실을 잘 담고 있을까? 아니면 글에서조차 나의 실체를 감추고 있는 걸까? 가장 드러내보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믿고 펜이 가는 대로… 나의 밝음과 어둠을 모두 적고 싶다. Archives
Jun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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